DAY00. 여행의 시작
그러니까 우리가 캠퍼밴을 빌려 뉴질랜드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겠다 결정한 건 바로 뉴질랜드에 도착한 그 날,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였다. 멜번 여행을 끝마치고 새벽 비행기로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해서 비몽사몽 꿈 속을 헤매이다 아침 일찍 문을 연 통신사에서 겨우 유심을 구입한 우리는 미리 알아봐둔 데로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아아아주 순조롭게. 하지만 시내에 다와갈 즈음부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캐리어를 끌고 빗속을 질주하다 쫄딱 젖은 몰골로 숙소에 도착을 했더랬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체크인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른 시간이라 사실 기대도 하지 않고 짐이나 맡겨 놓을 생각으로 숙소로 향했었는데, 피곤에 쩔어있는 얼굴+비에 젖은 생쥐꼴의 콜라보가 리셉션 스태프의 동정심을 성공적으로 불러일으켰던건지 우리를 위한 방이 준비되어 있다며 체크인을 해주었다. (땡스갓ㅠㅠ) 이른 체크인 후에 우리는 거의 죽은 듯이 여섯시간을 내리 잤고, 그 시간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뉴질랜드 여행은 시작부터 고난이 될 뻔 했다ㅋㅋㅋ
상큼하고 개운해진 정신으로 다시 깨어난 우리는 뉴질랜드에서의 일정을 점검해 보았다.
7월 4일 크라이스트처치로 입국
7월 20일 오클랜드에서 출국
...?
그렇다. 우리는 이토록 계획없는 여행자들이었다. 뉴질랜드에서 다시 시드니로 돌아가는 비행기편이라도 끊고 왔기에 망정이지 그것도 없었다면 아예 처음부터 입국도 못할뻔 했었다. 아무튼, 일정이랄 것도 없는 일정(ㅋㅋㅋ)을 확인한 후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뉴질랜드는 땅덩이가 그리 큰 나라는 아니지만 볼거리가 남, 북섬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버스나 기차 패스를 구입해서 여행을 할 수도 있지만 고질적인 차멀미가 있는 나 때문에 패스. 이제 남은 옵션은 렌트카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왕 차를 빌려서 여행을 할거면,
아예 캠퍼밴(a.k.a. 캠핑카)을 빌리는 게 어때?"
캠퍼밴을...?
캠퍼밴...?
캠퍼밴 여행은 사실 우리 둘 모두의 로망이었다. 지난 여행에서 차를 빌려 여행할 기회는 많았지만 단 한 번도 캠퍼밴을 빌려 여행을 한 적은 없었다. 우리는 그 말이 나오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핸드폰을 붙잡고 검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몇시간 후... 우리는 이틀 뒤에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캠퍼밴을 픽업하는 일정으로 예약에서 결제까지 일사천리에 끝내버리고 만다. 이렇게 우리의 무계획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이 시작되고 만 것이다.
소소한 TIP 1. 호주에서 출국하기
멜번 공항에서 뉴질랜드로 출국 당시, 다시 호주로 돌아오는 비행기 편과 비자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 받은 후에야 티켓을 발권할 수 있었습니다. 비자 종류별로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만 혹시나 학생비자이신 분들은 방학 때 해외여행을 가실 생각이라면 비자 관련 서류+돌아오는 항공권을 잘 챙겨가세요. 학기 중이라면 특별한 사유+학교의 허가 서류가 없다면 아예 출국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ㅠㅠ (물론 운좋게 안걸릴 수도 있지만요..)
소소한 TIP 2.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유심(심카드) 구입하기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은 그리 크지 않아요.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장으로 빠져나오면 카페, 렌트카 업체 부스, 인포메이션 센터, 그리고 두 곳의 통신사 부스가 있습니다. 바로 Vodafone 과 Spark 인데요, 두 통신사에서 판매하는 심카드 상품은 가격이나 내용이 거의 비슷했어요. 아무 곳이나 쓰셔도 무관할 듯 한데, 저희는 너무 이른 아침에 도착해서 먼저 문을 연 Spark 매장에서 심카드를 구입했습니다.
데이터 1GB + 통화 NZ$200 + 문자 무제한이 29$ 였구요, 통화나 문자가 필요없는 분들은 데이터 ONLY 1.5GB도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으니 이걸 구입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는 렌트카 관련해서 간혹 통화를 해야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저는 데이터 온리, 남편은 데이터+통화+문자 상품을 구입해서 사용했어요. 여행하는 동안 깊은 산 속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당연히 신호가 터지지 않았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불편함 없이 잘 사용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Spark의 또 다른 장점은 Spark Wifi Zone 에서 매일 1GB의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시내 곳곳에 있는 Spark 공중전화 부스를 보시면 Spark Wifi Zone 이라고 붙어 있는 곳이 있어요. 시내 곳곳에 생각보다 많이 있어서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급한 경우에는 그 곳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써도 좋을 듯 해요. 저희는 오클랜드의 유스호스텔에 묶을 때 방에서 스파크 와이파이가 잡혀서ㅋㅋㅋ 편하게 사용했답니다.
소소한 TIP 3.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기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은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택시나 공항택시(슈퍼셔틀)를 이용하시는 게 가장 편하고 빠른 방법인데 넉넉잡아 15-20분 정도 소요될 거에요. 하지만 가격이 비싸죵... 그래서 저희는 시내버스를 이용했습니다ㅋㅋㅋ 공항에서 나와서 'BUS' 표지판을 따라 나가면 바로 버스 정류장이 보이실 거에요. 시내로 가는 버스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29번 버스가 가장 빠르고 많이 이용하는 버스에요. 30분에 한 대씩 버스가 있구요, 요금은 편도 NZ$ 8.5 버스 기사님께 바로 구입하고 타시면 됩니당. 저희가 머물렀던 숙소까지는 30분 정도 걸렸어요. 숙소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라이스트처치 시내가 그리 크지 않아서 대부분 30분정도 걸린다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