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02. 레이크 테카포 - 마운트쿡 국립공원 (Lake Tekapo - Mount Cook National Park) / Road Closed
테카포 호수에서 마운트쿡 국립공원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던 이유는 바로 후커밸리 트래킹을 하기 위해서였다. 후커밸리 트랙은 마운트쿡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트래킹 코스 중 하나인데, 멋진 경관은 물론이거니와 코스 자체의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코스라고 한다.
등산을 지독시리 싫어하는 나는 그래도 마운트쿡에 왔으니 트래킹을 하긴 해야하는데... 하는 생각에 내적갈등을 하다가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말에 꽂혀 무조건 이 코스를 가야한다고 우겨댔곸ㅋㅋㅋ 후커밸리 트랙 입구에 있는 White Horse Hill campgound에 가서 캠핑카를 세워놓고 트래킹을 다녀오기로 했다.
순조로운 드라이빙 끝에 목적지를 1km쯤 남겨두었을까? 문제가 생겼다. 분명 네비에서는 이쯤에서 우회전을 해서 들어가야 화이트호스힐 캠프그라운드가 나온다고 하는데... 길이 없다. ??? 당황한 우리는 다시 빙 둘러서 갈림길이 있어야 할 곳에 와봤지만, 길이 없다. 으잉???? 급한대로 근처 카팍에 캠핑카를 세워놓고 다시 지도상 갈림길이 있어야 하는 곳으로 걸어가보았다.
'Road Closed.' 오 마이 갓. 하아ㅏㅏㅏ... 길이 있어야 할 곳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 도로였던 흔적조차 없고 표지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길이 폐쇄되었으니 캠프그라운드도 당연히 closed. 계획이 아주 틀어져버렸다.
그러나 겨울 캠핑카 여행에서 이런 일은 앞으로 허다하지 않겠나, 적응하자 싶어서 일단 숙소 걱정은 나중에 하고(초긍정ㅋㅋㅋ) 후커밸리 트래킹에 나섰다. 사실 마운트쿡은 날씨 좋은 날이 드물 정도로 항상 흐리거나 비 또는 눈이 오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가 갔던 날에 눈이 오지 않았던 걸 감사히 여기며 걸어가는데...
트래킹 코스는 쌓인 눈이 반쯤 얼어버려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했고, 그 흔한 등산화도 준비하지 않고 구멍이 송송뚫린 러닝화를 신고 간 나는 이미 신발이 다 젖어서 발에 감각이 없어진지 오래ㅋㅋㅋ 이렇게 눈내린 산길일거라 전혀 예상을 못했기에 제대로 된 준비가 안되어있던 우리는 등산화를 신고 등산스틱을 든 전문 산악인들(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냥 등산객)을 보며 부러워해야만 했다.
결국 강추위에 코스를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에 다시 돌아와야만 했지만, 눈 덮힌 마운트쿡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웅장한 산세에 둘러쌓여 산길을 걷다보니 자연의 위대함이 절로 느껴질 정도. 소복히 쌓인 흰 눈 사이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호수는 마치 내가 한폭의 그림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트래킹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위키캠프 어플을 뒤적거리다 푸카키 호수와 접해있는 글렌테너 파크 센터 마운트쿡 홀리데이파크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날씨 어플로 현재 기온을 알아보니 영하 6도. 최저 기온은 그보다도 훨씬 낮은 영하 12도다. 한밤 중엔 어마어마한 강추위가 짐작되고도 남았다. 어젯밤 말썽을 부리던 팬히터는 여전히 그 모양이다. 큰일났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져온 모든 옷을 껴입고ㅋㅋㅋㅋ 남는 이불을 모조리 동원해서 냉기가 새어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이중으로 덮었다. 하 ㅠㅠ 그래도 추운건 어쩔수 없었지만 당장은 어쩔수 없는 일ㅠㅠ 내일은 꼭 브리츠에 문의를 해봐야겠다 생각하며 또 하룻밤을 강추위와 맞서며 보냈다.
글렌테너 파크 센터 마운트쿡 홀리데이파크 (Glenanner Park Centre Mount Cook Holiday Park) 후기!
저희가 둘쨋날 머물렀던 마운트쿡 홀리데이파크는 후커밸리쪽에서는 조금 떨어져있구요, 푸카키 호수에 접해있는 곳입니다. 마운트쿡 주변에는 숙소가 그리 많지않아 선택권이 없었어요. 특히나 파워사이트가 있는 곳은 여기 뿐이었습니다. 아니면, 푸카키 호수를 빠져나가서 트위젤까지 가야해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간 곳이었는데, 음... 가격대비 컨디션이 그리 좋진 않았습니다ㅋㅋㅋ 파워사이트 1인에 NZ$25이었어요. 도착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사이트가 눈에 덮여있거나 얼어있어요. 저희도 좋은 자리 찾겠다고 몇번이나 자리를 옮겼는데 바퀴가 눈 속에 빠져서 헛도는 바람에 못빠져나올뻔 했어요. (한참을 헛바퀴질 하다 옆 캠핑카 외국인들이 밀어줘서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흑ㅠㅠ)
그리고 화장실이나 키친 등 퍼실리티도 파워사이트와 제법 멀리 떨어져있어서 밤 늦게 화장실을 갈 땐 추워서 곤욕이었어요 가로등도 없고 하아ㅏㅏㅠㅠ 샤워실이나 화장실 갯수도 많지 않구용. 시설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런 점이 불편했어요. 여름에 가면 좀 괜찮을 지도 모르겠네요. 와이파이는 30분 무료로 제공되었어요. 더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참고 부탁드려용 :)
- 홈페이지: http://www.glentanner.co.nz/